트로기르에서 스플리트는 바다 길로도 갈 수 있다. 나는 조금은 느려도 바다길을 가보고 싶었다. 물건을 가득 싣고 이 바다를 다녔을 베니스의 상인들의 상선은 아니라 하더라도...
호텔 후론트에 물어보니 Bura line이 있다고 하며 시간표를 준다. 뱃길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50여미터를 가면 선착장이 나타난다. 배는 60인승 정도로 십여톤 급 정도 되어보였다.
배가 출항할 때 까지 한시간 정도 여유가 있어 가보지 않았던 부두를 걷다가 간단하게 점심을 먹었다.
아름다운 중세도시 트로기르를 여행한 후기는 아래의 링크를 클릭하면 볼 수 있습니다.
2018/08/16 - [유럽자유여행] - 크로아티아 트로기르 - 중세 성벽에 둘러싸인 달마시아 마을 드론 동영상
드디어 출항.
사실 표 받으며 승선시키고 탑승용 다리를 치우면 출항 준비가 끝난다. 선원은 두명인데 능숙한 솜씨로 배를 몰아간다.
무엇보다 바다의 파도가 잔잔해 작은 배지만 불안함은 없었다.
십여분이나 달렸을까. 가까이에 카타마란 한 척이 지나간다.
세일을 접은 채 동력으로 가고 있어 아쉬웠다. 바람이 너무 없는가 보다. 난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했다.
바람이 세차고 저 배가 카타마란이 아닌 전통 방식의 세일보트 였다면 난 또 너무 부러워 했을테니까.
해안을 받치고 있는 것 같은 발칸의 험준한 산을 배경으로 구름이 무척 멋지다.
어린 시절엔 구름 한 점이 없는 하늘을 좋아하였다.
지금은 저렇게 구름이 멋지게 떠있는 하늘이 좋다.
배는 스플리트까지 가는 동안 작은 마을 몇 군데에 짧게 멈춰 사람들을 내리고 태운다.
어느 항구에선가 출항하는 순간 발견한 두 명의 자유인. 세상 태평하게 바다와 하늘과 구름을 즐기고 있다.
이런 날 술 한잔을 나눌 친구가 곁에 있다면 이 풍경이 더욱 멋질것이다. 자유로움이란, 휴가란 저런 것일 것이다. 나도 문득 그리운 사람들 생각에 잠겨 본다.
마음이 조금은 약해져 있는데 치명타를 맞는다.
세일보트가 돛을 하얗게 펼치고 유유자적 가고 있었던 것이다. 안타본 사람은 모른다.
뱃전에 부딪치는 파도소리와 바람을 한가득 안은 돛이 삐걱이는 소리만 있는 세일링의 묘미를...
난 다를 것도 없는데 바보같이 그 배 사진을 계속 찍어대었다. 줌 인해서 찍고, 줌 아웃해서 찍고, portrait로 찍고, landscape로 찍고.... 계속 찍었다.
스플리트까지는 이럭저럭 한시간 가량 걸린다. 옆 자리에 앉은 남여 백인 커플은 낭만적인 시간에 푹 빠져 있다. 이 풍경에서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 까?
해안에 바싹 붙어 가는데 암벽 절벽이 수백미터 이어지고 그 위에는 교회와 공동묘지가 있었다.
배는 작은 여객선들이 사용하는 부두에 도착했다. 육지에 발을 내딛는데 눈을 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바다는 오후의 햇살이 찬란하게 부서져 눈을 뜰 수 없을만큼 찬란한데, 그 바다를 바라보며 세 여인이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앉아있었다.
역시 서양인들은 여행을 할 줄 안다. 다음 목적지를 향해 떠나지 않고는 견디지 못하는 우리와 달리 그들은 멈출 줄 안다. 삶도 그렇게 살아야 나의 인생을 살았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닐까? 급한 마음에 구도도 엉망인 사진이 되어 버렸지만 내겐 이 사진이 스플리트를 기억하는 최고의 사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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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의 아름다운 항구 도시, 스플리트(Split)를 걷다 보면 고대의 흔적과 현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모습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 도시의 역사에는 수많은 흥미로운 일화들이 숨겨져 있는데, 그중에서도 스플리트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에 얽힌 이야기는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로마는 유적을 잘 분리하고 관리하고 있었지만 이곳은 그냥 유적을 살고 있다고 하는 것이 어울릴 듯 하다.
유명한 종탑이 있는 교회. 그 옆으로 주 도로가 성문으로 이어진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로마 제국의 황제 중 한 명으로, 그의 통치 기간은 기원후 284년부터 305년까지였다. 이 궁전은 황제가 로마 제국에서 은퇴한 후 여생을 보내기 위해 세운 대저택으로, 스플리트의 중심에 웅장하게 서 있다. 그러나 이 궁전의 건축에는 몇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은퇴 후 스플리트로 내려와 이 궁전에서 살아가기를 꿈꿨다. 로마 제국의 권력을 내려놓고 조용한 삶을 선택한 그의 결단은 제국 역사에서 보기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그의 궁전 건설 과정에서 마주한 일이 흥미롭다. 그는 궁전을 짓기 위해 에게 해를 건너 그리스의 다양한 지역에서 석재를 가져오고, 심지어는 이집트에서 스핑크스를 가져오는 등 엄청난 공력을 들였다. 그렇기에 이 궁전은 다양한 문화의 흔적이 뒤섞인 독특한 건축물로 탄생하게 된다.
성문 밖까지 나가 다시 안을 들여다 본다.
로마 제국이 멸망한 이후, 이 궁전은 오랜 시간에 걸쳐 방치되고 잊혀지게 된다. 하지만 스플리트 주민들은 이 폐허를 그냥 두지 않았다. 그들은 황제가 머물렀던 대리석 방에 살림을 차렸고, 궁전의 벽과 기둥 사이에 집을 지어 살아갔다. 궁전의 내부는 거대한 시장으로 변모했고, 어느새 도시의 중심이 되어 갔다. 이렇듯 스플리트 주민들이 황제의 궁전을 도시의 일부로 흡수하며 살아간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 역사의 일화가 아닐 수 없다.
작은 광장은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작은 골목길의 출발점이다. 스플리트 시내도 수없이 많은 교차로가 자칫 관광객을 미아로 만든다. 한 카페에 등을 대고 앉은 여인의 정적인 모습이 눈길을 끈다.
널리 알려진 golden gate. 문 오른편에 로마군사의 복장을 한 사람 두명이 서있다. 로마의 콜로세움 앞에서 처럼 사진 같이 찍어 주고 돈 받아 챙기는 사람들인듯.
golden gate로 들어가면 작은 아치가 있는 또 다른 문이 나타난다. 아마 2중 성벽으로 쌓은 방어용이리라. 문 한켠에 기타를 든 악사가 아름다운 연주를 들려준다.
황궁 안에 있는 어느 건물 꼭대기 층의 모습. 서민들이 살고 있는 아파트인 듯 한데 얼마나 낡은 건물인지 내 눈으로는 구분이 되지 않는다.
두 사람 겨우 지나갈 골목에 자리 잡은 카페 풍경. 나름 전통이 있는지 trip advisor 표지판을 내걸었다.
시내에 있는 식수대. 조용히 감상하려는데 한 무더기 중국 관광객이 쳐들어 온다. 요즈음은 어딜가나 중국인들의 위세를 뼈져리게 느낀다. 나는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그곳을 벗어 났다.
역사 속 황제가 조용히 여생을 보내고자 했던 그의 궁전은 오히려 수많은 사람의 삶과 이야기가 얽힌 활기찬 도시의 심장이 되었다. 그 오래된 돌담 사이에서 들리는 웃음소리와 발걸음은, 스플리트가 한때 황제의 은신처였음을 잠시 잊게 만든다. 크로아티아의 스플리트는 이렇게 역사의 흔적 속에서 새로운 삶을 피워내며, 방문하는 이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과 영감을 선사한다.
바닷가의 산책로에 도착해 노천카페에 자리를 잡았다. Leffe brown을 한 병 시켜놓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분주한 바다를 바라보며 쉬었다.
스플리트는 워낙 유명해 찾아 왔지만 개인적으로 트로기르 보다 재미가 없었다. 한적함과 여유보다는 시장같은 번잡함이 매력을 반감시키고 있었다.
스플리트를 하늘에서 본 드론 동영상은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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