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는 유럽에서 일조량이 가장 많은 곳이다. 그리고 여름에 건기가 집중되기 때문에 내가 갔던 9월 초에도 하늘에는 이따금 구름이 생겼다가 한쪽으로 밀려나 버리는 청명한 날씨의 계속이었다. 그런 기후 덕에 세일링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최고의 조건을 갖춘 곳이다. 육지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라스토보 섬에도 유럽 대륙에서 내려 온 세일 보트 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세일링에 매료된 내 마음을 언제나 설레이게 했다.
한 번은 일정을 다 접고 영국 왕립 요트협회 공인 요트 스쿨에 개설된 스키퍼 코스에 등록할 뻔 하기도 했다. 마지막 순간에 내 위치를, 주제를 파악하고 현실로 돌아왔기 망정이지, 그때 길 잘못들었으면 지금쯤 트로기르에서 돛이나 닦고 있을지 모를일이다.
작은 골목길을 헤메는 일을 마치고 오전에 드론으로 보았던 올챙이 섬이 있는 마을을 찾아 바닷가로 갔다. 바다에 이르러면 갑자기 급한 경사를 내려가야 하는데 일본 젊은 남녀 3-4명이 도보로 구경을 하고 있었다. 부두에 도착하니 때마춰 세일보트 한척이 항해하고 있다.
올챙이 꼬리 부근의 아름다운 바다에는 암초가 있었는데 그곳에 생선이 많은지 고기잡이 배가 낙시를 하고 있었다. 관광객은 나와 일본인 서너명 뿐이라 마을은 적막할 만치 조용하고 바다와 태양이 빛나는 하늘만 아우성이다.
저녁무렵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페리 부두를 지난 곳에서 발견한 석양을 받는 마을의 모습
2024.08.31 - [유럽자유여행/세일링 요트 유럽자유여행] - [ 세일링요트여행]그리스 램노스(Rhamnos)를 향한 항해
내 숙소는 사진에 보이는 다리를 건너와야 한다. 다리를 건너기 직전에 오른편으로 작은 호텔이 있고 그 앞에 세일보트 몇 척이 정박하고 있다. 독일에서 온 여행객들의 것이다. 부러워하며 숙소에서 드론을 날려 저녁에 촬영할 곳을 물색했다.
사진 아래부분에 다리와 호텔 그리고 다섯 척의 세일보트가 보인다. 앞 바다는 청명한 하늘아래 우리의 다도해 같이 작은 섬들이 촘촘하다. 나는 드론으로 다리를 건너 좌회전을 하면 나타나는 길을 따라 비행하다 적당한 곳을 발견하고 돌아왔다.
내가 묵은 숙소 앞 바다가 저런 색인지 몰랐다. 나의 숙소는 왼쪽에서 두번째 건물 꼭대기 층 왼쪽 빨간 테이블이 놓인 곳이었다.
2023.08.18 - [세계의 요리, 식당] - 피렌체 호텔 맛집 - 베키오 다리 옆 Hermitage hotel
호텔 식당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독일에서 온 투숙객이 많았고 몇 개 그룹이 왔는지 제법 흥겹고 약간 거슬릴 정도 시끄러울 때도 있었다. 휴가를 온 사람들에게 도시의 적막을 기대하는 내가 잘못이라 생각하며 맛있게 생선요리를 메인으로 먹었다. 식후에는 드론으로 찾아 놓은 장소로 이동했다. 비포장 길을 십여분 달려 가니 육지가 작은 바다를 두 팔로 껴안고 있는 듯한 곳이 나타나고, 세일보트들이 밤을 나기 위해 정박하고 있었다. 나는 다시 드론을 날려 주변을 찍었다.
아주 작은 선착장도 있었는데 나는 차를 그곳에 대고 촬영을 했다. 사진 속 차량이 내가 타던 아우디 Q3이다.
밤 9시가 되어가는데도 아직 완전히 어두워지지 않아 나는 숙소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고 자정에 다시 그곳을 찾아갔다. 비포장도로는 심야가 되자 지나가기가 으스스할 정도로 적막했다.
비포장 도로를 들어서기 직전에 바다와 해변을 찍었다. 하늘에선 별이 쏟아지고 있어 내 마음을 설레게 했다.
마침내 도착해 저녁에 주차했던 선착장에 차를 대고 라이트를 끄니 사방은 칠흑같이 어두워진다. 별빛과 정박하고 있는 세일보트의 돛대 끝에 켠 파이럿 램프만 환하다. 카메라를 삼각대에 얹고 수십초 노출시간을 정해 이미지를 잡아 본다.
멀리 요트에선 젊은이 몇명이 통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는 밤. 그들의 소리가 없었다면 정말 무서웠을 밤이었다. 하지만 또한 잊을 수 없이 아름다운 밤이기도 했다. 옆을 보니 따로 떨어져 정박하고 있는 세일보트가 보인다. 물 속에 별들이 잠겼다.
한시간 남짓 이런 저런 실험을 하는데 하늘에 은하수가 뚜렷이 나타났다.
외로이 정박한 세일보트 옆에 수직으로 뻗은 은하수의 모습. 이날 밤 최고의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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