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로비의 조용한 이른 아침, 공항으로 향하는 길은 부드러운 안개로 덮여 있었다. 공항에 도착하자, 또 다른 프로펠러 항공기가 내 앞에 기다리고 있었다. 6-70명 정도의 승객을 태우고 비행기가 이륙하면서 나이로비의 번화한 거리와 고층 건물들이 점차 작아지고, 대자연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하늘 높이 날아오르며, 창밖으로 펼쳐진 경관은 숨이 멎을 듯 아름다웠다. 푸른 하늘과 맞닿은 끝없는 초원, 그 위에 드문드문 보이는 작은 마을들,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아카시아 나무들까지. 낮게 나르는 비행기 여행은 또 다른 정취가 있었다.
마사이마라에 도착한 후,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느껴진 공기는 신선하고 자유로웠다. 하늘은 맑았고, 발아래에는 끝없이 펼쳐진 대지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 비행장을 빠져나와 초원의 중심에 있는 롯지에서 마중나온 차에 몸을 실으니 바로 사파리가 눈앞에 펼쳐졌다.
하늘에서 바라본 초원도 아름다웠지만, 직접 이 대지 위를 달리며 맞이한 초원의 풍경은 또 다른 차원의 감동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내려오며 느낀 설렘은 이제 이곳에서의 모험으로 이어졌다. 켄야의 마사이마라에 발을 디디는 순간, 끝없이 펼쳐진 초원이 나를 맞이했다. 도착한 숙소인 키코록 롯지는 정문부터 상당한 크기를 뽐내고 있었다.
그 안에는 다양한 방갈로 스타일의 집들이 상당히 많이 있었는데, 띄엄띄엄 있어서 조용한 휴가를 지내지 좋았다.
체크인을 위해 본관에 도착했다. 식당과 야외 카페가 있어 머무는 동안 자주 들렀던 곳. 놀라운 것은 본관을 압도하는 운치있게 가지를 뻗고 있는 나무의 크기였다.
넓은 잔디밭을 가로지르면 오솔길로 접어 드는데 완전 야생의 밀림이 펼쳐졌다. 그 밀림을 뚫고 데크를 설치해 놓았다.
그 중간에 놓여있는 전망대 의자와 피크닉 테이블에서 초원을 한참 내다본다. 간간히 낮은 사자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2018.08.23 - [유럽자유여행] - 크로아티아 여행: 달마시아 해안과 스플리트 거리 풍경
수백미터는 됨직한 데크의 끝에 지붕까지 갖춘 전망대가 있었다.
전망대에서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마사이 전사가 보였다.
마사이마라의 끝없는 초원을 걷는 마사이족 전사의 모습은 한 편의 시 같았다. 붉은 슈카를 몸에 두른 그의 모습은 대지와 하늘 사이에 하나의 생명처럼 서 있었고, 그의 발걸음은 마치 이 땅과 하나가 된 듯 조용하고 가벼웠다. 눈앞에 펼쳐진 초원은 무한한 자유를 상징하는 듯하지만, 그 자유 안에는 묵직한 고독이 감돌고 있었다. 전사는 아무 말 없이 앞을 응시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가 걷는 길목에는 짙은 풀밭이 흔들리고, 멀리서 바라보이는 기린과 코끼리 무리는 그와 나란히 하듯 느릿느릿 이동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의 느린 걸음 속에는 어딘가 외로움이 서려 있었다. 함께 있지만, 각자 홀로 살아가는 야생의 동물들. 그들 곁에 선 마사이족 전사는 마치 그 외로움을 이해하는 듯, 묵묵히 그들의 곁을 지키며 같은 리듬으로 살아가는 듯했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드디어 4륜 구동차로 사파리가 시작되었다. 우기를 맞아 풍성한 풀들처럼 평원에는 온갖 동물들로 번잡하다고 할 정도였다. 이곳은 암보셀리 보다도 동물이 많은 듯...
2024.09.12 - [분류 전체보기] - [세일요트여행] 미코노스 : 백색 미로 마을
마사이마라의 붉은 태양이 서서히 지평선 너머로 기울어 갈 때, 초원의 고요함을 깨는 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그것은 하이에나의 울부짖음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하이에나는 흉측한 외모와 거친 행동으로만 기억된다. 그러나 나는 사파리를 하며 그들의 울음 속에서 어떤 슬픔과 서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오랫동안 야생의 지혜로운 생존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늘 외면당하는 존재였다. 그들의 기괴한 외형은 그 지능과 대비되게, 사람들로부터 두려움과 혐오의 대상으로 여겨진다. 하이에나의 웃음 소리라 불리는 특유의 울음소리는 그들을 더욱 기이하게 만든다. 사파리를 하며 그들의 눈빛을 마주할 때, 나는 그 안에 담긴 깊은 서러움을 느꼈다. 강인하고 똑똑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흉측한 모습 때문에 늘 오해받는 존재. 약육강식의 섭리에 맞춰 생존할 뿐인데 야비함과 비굴함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존재. 어떤 동물보다 싫어하던 하이에나를 직접 보며 조금씩 혐오감이 사라져감을 느꼈다.
롯지로 돌아와 수영장에서 수영으로 사파리 차에서 구겨져 있던 팔다리를 뻗으니 하루의 피로가 눈녹듯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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