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었지만, 제우스의 눈에는 세상이 찬란히 빛나고 있었다. 그의 시선 끝에 티탄 여신 레토가 서 있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은 바람에 흩날렸고, 빛나는 눈동자는 그를 향해 조심스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제우스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으며 천천히 다가갔다.
“레토, 네가 올림푸스의 별처럼 빛나고 있는 것을 이제야 알았군. 너를 위해 하늘과 땅의 경계를 허물겠어.”
레토는 놀라 고개를 저었다. “제우스님, 그런 말씀 마세요. 헤라님이 아신다면… 그녀의 분노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십니까?”
그러나 제우스는 그런 그녀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그의 손이 레토의 뺨에 닿는 순간, 그들의 운명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헤라의 분노
“뭐? 그 천둥 머저리가 또 다른 여신에게 손을 댔다고?”
헤라의 목소리가 올림푸스 궁전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녀의 손끝에서 불길이 번지며 신전 곳곳에 위협을 가했다. 신들은 고개를 숙이며 헤라의 분노를 피하려고 애썼다. 하지만 아무리 강력한 신이라도 헤라의 복수를 피할 수는 없었다.
“레토라는 이름이구나. 감히 나를 모욕하다니, 네가 안전할 곳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을 거다.”
헤라는 저주를 내려 레토가 발 디딜 땅조차 허락되지 않게 만들었다. 바다와 육지는 헤라의 명령에 복종했고, 레토는 전세계를 떠돌아야 했다.
레토는 온 세상을 떠돌았다. 그녀는 배가 불러올수록 점점 더 지쳐갔다. 어디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그녀는 결국 절망에 빠져 울음을 터뜨렸다.
“내 잘못은 제우스의 말을 믿은 것뿐인데… 내 아이들은 무슨 죄가 있다고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지?”
밤하늘의 달빛이 그녀를 비추었지만, 그것마저도 위로가 되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다 위에 떠 있던 작은 섬 델로스가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레토여, 나도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외로운 섬이다. 내가 너를 받아줄 테니, 나에게 와라.”
레토는 마지막 희망을 걸고 델로스에 몸을 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는 고통 속에서도 두 아이를 낳았다. 한 아이는 태양처럼 찬란한 아폴로, 다른 아이는 달빛처럼 고요한 아르테미스였다.
아폴로와 아르테미스가 태어난 순간, 번개의 굉음과 함께 제우스가 나타났다. 그는 마치 모든 것을 해결한 영웅처럼 등장했지만, 레토의 눈빛에는 분노와 경멸이 섞여 있었다.
“제우스, 당신은 어디 있었죠? 내가 헤라의 저주를 받으며 이 고통을 겪을 때, 당신은 나를 지키지 않았어요.”
제우스는 머쓱한 표정으로 변명했다. “아… 그게… 네가 강인한 어머니가 될 거라 믿었거든?”
아르테미스는 갓 태어난 신생아였지만, 똑 부러지게 말했다. “아빠, 당신은 정말 무책임하군요. 앞으로는 우리 스스로를 지킬 테니 신경 쓰지 마세요.”
헤라의 끝나지 않은 복수
하지만 헤라는 여전히 분노를 풀지 않았다. 그녀는 아폴로와 아르테미스를 올림푸스에 받아들이지 못하게 만들려 했다. 하지만 아폴로는 태양의 빛으로, 아르테미스는 달빛의 그림자로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갔다.
“헤라, 우리가 네 분노에 굴복할 거라 생각하지 마라.” 아폴로의 목소리는 태양처럼 당당했다.
“너는 우리의 존재를 막을 수 없다. 우리는 빛과 그림자처럼 세상을 지킬 것이다.” 아르테미스는 차분하지만 단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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