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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여행: 케이프타운에서 희망봉 다녀오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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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프타운에서 12사도 바위를 지나 희망봉까지의 여정은 남아프리카의 웅장한 자연과 역사적 의미를 모두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여행이었다.

오늘의 여행은 케이프타운 시내의 호텔에서 출발하여 서쪽 해안 도로를 따라 내려가며 시작되었다. 가이드가 운전하는 차는 유명한 ‘챕먼스 피크 드라이브(Chapman’s Peak Drive)’를 지나며 남아프리카 해안의 아름다운 전경을 감상하게 해주었다.

table mountain의 서쪽 능선에 위치한 12사도 바위는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장엄한 암석 봉우리들의 집합이었다. 실제로 12개의 봉우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성경의 12사도들 처럼 바다를 내다보며 도시의 수호자 같은 모습이었다. 주변에 위치한 캠프스 베이(Camps Bay) 해변에서  멈춰 서서 백사장과 함께 바위 봉우리의 장관을 감상하며 아름다운 풍경을 사진으로 남겼다. 

12사도 바위를 지나면 챕먼스 피크 드라이브가 나타났다. 세계적으로 가장 아름다운 해안 도로 중 하나인 길은 절벽을 따라 구불구불 이어졌다. 곳곳에 있는 주차 공간에서는 내려서 웅장한 해안 절벽과 대서양의 파도를 감상하였다. 1922년에 완공된 이 도로는 자연의 장벽과의 투쟁을 통해 만들어졌으며, 건설 당시에는 상당히 어려운 공사로 유명했다고 한다.

챕먼스 피크 드라이브를 지나고 얼마가지 않아 하우트 베이라는 작은 항구 마을이 나타났다. 하우트 베이는 신선한 해산물로 유명하며, 특히 항구에서 크루즈를 타고 바다사자 섬(Seal Island)을 구경할 수 있다는 가이드의 설명을 듣는 것으로 만족하고 바쁜 걸음을 희망봉으로 옮겼다. 가는 길 양편으로 이 나라의 꽃인 프로테아 Protea가 만발해 아름다웠다.

차를 달리며 찍은 사진. 해변을 따라 사람들이 말을 달린다.

하우트 베이를 떠나 남쪽으로 달려 케이프 포인트(Cape Point)와 희망봉로 갔다.

케이프 포인트는 해발 200m 높이에 위치해 있으며, 등대에서 내려다보는 대서양과 인도양의 조우는 숨 막힐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곳은 잔잔한 푸른 바다와 거친 파도가 부딪치는 장면을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데 그날도 바위에 거칠게 부딪치는 파도가 장관이었다.

 

희망봉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1488년, 포르투갈의 항해사 바르톨로뮤 디아스(Bartolomeu Dias)는 이곳을 발견하고 “폭풍우 곶(Cape of Storms)“이라 명명했다. 그러나 이후에 포르투갈의 국왕이 이곳을 “희망봉(Cape of Good Hope)“으로 개명하며, 아시아로 향하는 새로운 항로의 희망을 상징하게 되었다. 희망봉은 대서양과 인도양이 만나는 지점으로 알려져 있으며, 식민지 시대에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중요한 해상 경로로 사용되었다.

 

희망봉을 따라 해안선을 걷거나 등대에서 바다를 내려다보면, 그 광활한 바다의 아래에 수많은 난파선이 잠들어 있다는 생각에 전율이 일었다. 희망봉은 오랫동안 폭풍우가 거세게 몰아치는 위험한 지역으로 알려져 왔으며 실제로 희망봉 인근 해역에서는 과거부터 많은 배들이 난파된 기록이 있다. 가장 유명한 난파선 중 하나는 17세기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배인 Haarlem 이다. 이 배는 1647년에 희망봉 근처에서 좌초되었는데, 이 사건은 유럽에서 아시아로 향하는 해상 무역로를 개척하는 데 큰 계기가 되었다. Haarlem의 난파 이후, 네덜란드인들은 이곳에 임시 정착지를 세웠고, 이것이 오늘날의 케이프타운의 기원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19세기에 들어서도 이 해역은 많은 선박들에게 위협적이었다. 그중에서도 1852년에 침몰한 영국의 여객선 Birkenhead는 희망봉에서 발생한 가장 비극적인 해양 사고로 꼽힌다. 군인과 선원, 민간인 등 약 600명이 탑승한 이 배는 희망봉 인근에서 좌초되었고, 그 결과 4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사고는 “여성 및 어린이 우선” 원칙이 처음으로 실천된 사례로도 역사에 남아 있다.

희망봉은 지리적으로 인도양과 대서양이 만나는 곳으로 이곳에서 두 대양이 만나는 모습을 보는 것은 경이로운 경험이었다. 

인도양은 일반적으로 따뜻하고 맑은 반면, 대서양은 차갑고 짙은 청색이다. 두 대양이 만나는 곳에서는 마치 두 개의 물줄기가 서로 다른 색을 갖고 충돌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 현상은 물의 온도, 염분 농도, 해류의 방향 등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바람이 강해지면 두 대양이 만나는 곳에는 파도가 거대한 물보라를 만들었다. 대서양의 찬 해류와 인도양의 따뜻한 해류가 만나는 지점에서 발생하는 소용돌이는 마치 대자연의 전투와도 같았다. 마치 두 개의 거대한 힘이 서로 경쟁하는 듯한 인상을 주며, 이러한 자연의 힘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은 존재임을 느꼈다.

 

희망봉의 바다를 보고 있노라면, 한때 이곳을 지나려다 침몰했던 선박들의 이야기가 머릿속에 그려졌다. 희망봉의 해안선은 거칠고, 바다는 종잡을 수 없는 힘을 가졌지만, 그만큼 매력적이고 아름다운 모습을 가지고 있다. 두 대양의 만남은 희망봉의 경치에 생동감을 더해주며, 이곳에서 느껴지는 강한 바람과 파도 소리는 여행자에게 자연의 위대함을 일깨워주었다.

이러한 장관과 역사를 간직한 희망봉은 단순한 관광 명소가 아닌, 인류의 항해와 도전, 자연의 거대한 힘이 어우러진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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