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는 다른 곳에서 느낄 수 없는 감동을 선사하는 인류의 고향이다.
유럽에서 출발한 선단이 아프리카 대륙을 따라 대서양을 남쪽으로 헤치고 나가면 대륙의 끝에 다다르고 거기서 인도로 가려면 이제는 동진해야 합니다. 바로 그 대륙의 끝에 네덜란드 사람들이 정착하고 발전시킨 케이프타운이 있다.
밥상처럼 평평한 테이블 마운튼 으로 유명한 곳.
남아공의 매력적인 도시, 케이프타운을 여행하는 첫날.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을 안고 느긋하게 호텔을 나섰다. 이번 여행의 첫 일정은 케이프타운의 활기찬 분위기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 빅토리아 앤 알프레드 워프(Victoria & Alfred Waterfront)였다.
워프에 도착하니 바닷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왔다. 이곳은 케이프타운의 항구와 상업 지역을 한데 모은 곳으로, 항구를 따라 늘어선 건물들이 매력적이었다. 브런치로 워프 안에 있는 노천 카페에 들러 남아공식 아침 메뉴를 즐겼다. 커피 향과 함께 식탁에 오른 신선한 빵과 과일들은 활기찬 하루를 예고하는 듯했다. 옆 테이블에 핫쵸코에 빠지려는 꼬마가 귀엽다.
식사 후 워프를 천천히 산책하며 상점들을 둘러보았다. 화려한 수공예품 상점, 세련된 의류 매장, 그리고 전통 음악이 흘러나오는 곳마다 독특한 남아공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워프의 중심에는 항구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데크가 있었다.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테이블 마운틴(Table Mountain)의 웅장한 자태가 마음을 사로잡았다. 바다에는 유람선이 떠 있고, 갈매기들이 맑은 하늘을 가로지르는 모습이 평화로웠다. 이렇게 경쾌한 기분을 만끽하며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워프를 충분히 즐긴 후, 케이프타운의 주요 관광지를 효율적으로 둘러보기 위해 ‘시티 사이트씨잉 버스’를 타기로 했다. 탔다 내렸다를 마음대로 한다고 해서 "hop-on, hop-off bus"라고 부르는붉은색 2층 버스가 케이프타운의 명소들을 누비며 도시의 매력을 보여주는 이 서비스는, 이동 중에도 도시의 곳곳을 구경할 수 있어 편리했다. 헤드셋을 통해 들려오는 관광 안내 방송은 케이프타운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도와주었다.
버스의 2층에 올라 타니 시원한 바람과 함께 도심과 해안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버스는 워프를 출발해 해변을 따라 달리다가 도심의 유서 깊은 건축물들을 소개하며 고즈넉한 분위기를 선사했다. 다음 목적지인 ‘르에르담 요새(Castle of Good Hope)’에서 내렸다.
르에르담 요새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로,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에 건설된 곳이다. 거대한 벽과 요새의 구석구석에 남겨진 역사의 흔적들은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게 했다. 안내 표지판을 따라 걸으며 요새 내부를 구경하다 보면, 어느새 그 시대에 타임슬립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요새 안에는 박물관도 마련되어 있어 케이프타운의 역사를 배울 수 있었다. 항구 도시로서의 번영, 식민지 시대의 흔적, 그리고 아프리카 문화가 어떻게 혼합되어 현재의 케이프타운이 되었는지 알게 되는 시간이었다. 요새에서 바라본 시내 풍경은 현대적인 빌딩과 고풍스러운 건물들이 어우러져 독특한 아름다움을 선사했다.
오늘 케이프타운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테이블 마운틴에서의 석양이었다. 오후 늦게 다시 버스를 타고 테이블 마운틴 케이블카 정류장으로 이동했다. 산 정상까지 오르는 케이블카는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케이블카가 오르며 서서히 펼쳐지는 도시와 바다의 광경에 탄성이 나왔다.
드디어 산 정상에 도착하자, 넓게 펼쳐진 평평한 산 위에서 보는 풍경이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하늘은 저녁 무렵의 황금빛으로 물들고, 그 아래로 케이프타운과 대서양이 한눈에 들어왔다. 조용히 앉아 석양을 바라보았다. 노을이 점점 붉어지며 도시를 감싸 안을 때, 하루의 끝과 함께 마음도 편안해졌다. 바람은 조금 차가웠지만, 따뜻한 석양의 빛이 온몸을 감싸는 듯한 느낌이었다.
석양이 지는 광경을 충분히 즐긴 후,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와 버스를 타고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오늘의 모든 순간들이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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