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rfu — History & Culture
그리스 이오니아 해 코르푸에 겹겹이 쌓인 3,000년의 시간을 항해하다
고대 그리스 — 오디세우스의 마지막 기항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에서 오디세우스가 이타카로 돌아가기 직전 마지막으로 머문 곳이 파이아키아(Phaeacia)인의 땅 스케리아(Scheria)다. 고대부터 많은 학자가 이 스케리아를 코르푸와 동일시했다. 파이아키아의 왕 알키노오스가 오디세우스를 환대하고 배를 내어 이타카로 보내준 이야기 — 그 관대한 해양 민족의 섬이 바로 이곳이라니, 세일러로서 묘한 감동이 있었다.
코르푸라는 이름은 비잔틴 그리스어 '코리포(Korypho, 두 봉우리)'에서 왔다. 올드 포트리스가 서 있는 곶의 두 봉우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리스어 공식 이름은 케르키라(Kerkyra)로, 포세이돈이 사랑한 님프 코르키라(Korkyra)에서 유래했다는 신화가 전해진다.
비잔틴에서 베네치아로
로마 제국 분열 후 코르푸는 비잔틴 제국의 영토가 되었다. 섬 곳곳에 남아 있는 비잔틴 교회와 수도원이 이 시기의 흔적이다. 그러나 코르푸의 운명을 결정적으로 바꾼 것은 1386년 시작된 베네치아 공화국의 지배였다.
무려 411년간(1386~1797) 이어진 베네치아 통치 기간에 코르푸는 오스만 제국의 공격을 네 차례나 막아내며 서유럽 기독교 세계의 동쪽 방패 역할을 했다. 올드 포트리스와 뉴 포트리스는 이 시기에 축조되고 강화된 것이다. 베네치아는 또한 섬 전체에 올리브 나무를 심도록 장려했는데, 지금도 600만 그루가 넘는 올리브 나무가 코르푸를 뒤덮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시대 | 지배국 | 기간 | 유산 |
|---|---|---|---|
| 고대 | 코린토스 식민지 | BC 734~ | 고대 도시 유적 |
| 중세 | 비잔틴 제국 | 395~1267 | 비잔틴 교회, 수도원 |
| 중세 | 베네치아 공화국 | 1386~1797 | 요새, 올리브, 건축양식 |
| 근대 | 프랑스 (나폴레옹) | 1797~1814 | 리스턴 아케이드 |
| 근대 | 대영제국 | 1814~1864 | 진저비어, 크리켓 |
| 현대 | 그리스 | 1864~현재 | — |
케르키라 구시가지 — UNESCO 세계유산
2007년 UNESCO 세계유산에 등재된 케르키라 구시가지는 베네치아, 프랑스, 영국 세 문화가 공존하는 독특한 건축 혼합체다. 베네치아 시대의 좁은 골목(칸투니아)과 다층 건물, 프랑스 점령기의 리스턴 아케이드, 영국 통치 기간의 신고전주의 건물이 어우러져 그리스 다른 어떤 도시에서도 볼 수 없는 풍경을 만든다.
리스턴 아케이드는 나폴레옹 시대 프랑스 총독이 파리의 뤼 드 리볼리(Rue de Rivoli)를 모방해 건설한 아케이드 거리다. 유럽 대륙의 세련미가 이오니아 해의 작은 섬에 이식된 셈이다. 지금은 카페와 레스토랑이 들어서 케르키라 사교의 중심이 되었다.
아킬레이온 궁전 — 시시 황후의 피난처
케르키라 남쪽 10km 지점, 가스투리(Gastouri) 마을 언덕 위에 아킬레이온 궁전(Achilleion)이 서 있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엘리자베트 황후, 일명 '시시(Sisi)'가 1890년에 지은 여름 별궁이다.
비극적인 운명의 황후가 빈(Wien)의 궁정 생활에서 벗어나 코르푸를 선택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리스 문화를 깊이 사랑한 시시는 이 궁전을 호메로스의 영웅 아킬레우스에게 헌정했고, 정원 곳곳에 그리스 신화 조각상을 배치했다. 2층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는 이오니아 해의 파노라마는 시시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치"라 불렀다고 한다.
시시 황후가 1898년 제네바에서 암살된 후 궁전은 독일 카이저 빌헬름 2세의 손에 넘어갔고,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며 군 병원과 사령부로 쓰이기도 했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공개되어 코르푸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 중 하나다.
문화의 교차로
코르푸는 그리스이면서도 그리스답지 않은 곳이다. 오스만 제국의 지배를 한 번도 받지 않은 유일한 그리스 주요 섬이기에, 다른 그리스 섬과는 확연히 다른 문화적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탈리아어가 제2 언어처럼 쓰이고, 부활절 행사에 베네치아식 전통이 뒤섞이며, 영국이 남긴 크리켓 경기가 지금도 스피아나다 광장에서 열린다.
코르푸의 음식도 이런 역사를 반영한다. 소프리토는 이탈리아의 영향을, 진저비어(치치비라)는 영국의 흔적을, 쿰콰트 리큐르는 아시아에서 건너온 열매가 이오니아 해의 기후에서 뿌리내린 결과다. 파스티차다(토마토소스에 조린 닭고기)와 부르데토(매콤한 생선 스튜)도 베네치아 요리법과 그리스 식재료가 결합한 코르푸만의 전통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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